원거리 당일치기 여행
참 오랜만이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
딱 한 번 당일치기 부부여행을 한적 있었는데
그 이후론 처음이다.
몇 박 며칠 가는 여행을 생각해봄 직도 하지만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여행코스도 미리 생각해뒀다.
"포항"
작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쪽을 둘러볼 계획이다.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어
일단 포항 북구 쪽 일정만 잡았다.
시간이 된다면 울산 쪽도 둘러볼 계획이다.
포항 북구 여행
5월 20일(금) 아침
출근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났다.
날씨가 흐리다....
그러나 다행히 비가 오진 않는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고 난 후
우리도 집을 나섰다.
첫 번째 목적지
Space Walk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환호공원 내]
집에서 약 2시간 10분 남짓을 달려 도착.
주말엔 많은 사람이 몰린 다기에
주중에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란 생각에
첫 코스로 정했다.
환호공원 제3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스페이스 워크가 있는 정상을 향해 걸었다.
대략 5분쯤? 걸어 올라가다 보면
멋진 경관이 눈을 사로잡는다.
영일대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2~3분 걸어 올라가면
스페이스 워크로 가는 좁은 길이 나오는데
아직 정비가 돼있지 않아
먼지가 많이 날렸다.
진입로는 이곳 외에도
주차장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르다.
이곳(제3주차장)이 최단거리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4~50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와 있다.
복잡하긴 하지만
그래도 줄 서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다.
스페이스 워크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현대조각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조각 작품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일반인의 관심에는 한참 동떨어져 있지만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체험형 작품이다.
수년 전 창원 조각비엔날레를 추진했을 때
이런 형태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했었는데...
독일인 부부 작가가 디자인하고
포스코에서 기획, 제작 설치하여 기증했단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의 지역사회환원
부럽다..
워크 전체가 사진 배경에 나오게 하려고
이곳저곳에서 시도를 해보지만
이 위치가 전부 나오는 유일한 장소다.
체험을 위해 입구로 들어간다.
출입구를 지나 몇 계단을 오르면
좌우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 계단으로 호기롭게 올라서 보지만
그 호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밑이 뚫려있어 아래로 시선만 두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좌우로 흔들림이 심하게 오기 시작한다.
순간 오금이 저려 꼼짝을 못 하고 섰다...
몇 계단을 호기롭게 오르던 아내도
더 이상 올라가지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큰일 났다 싶어
급히 뒤따라 올라 손을 잡고 내려왔다.
저길 올라가는 사람들...
대. 단. 하. 다.
결국 완주하는 것을 포기하고
환호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정상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소 공연장이 있고
그곳엔 몇몇 상징 조형물이 있었는데
그중엔 스페이스 워크 모형도 있었다.
환호공원은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조성된 지 꽤 오래된 인근 공원 느낌으로
화장실이며, 각종 안내표지판 등
관광지라고 하기엔 좀 불편한 구석이 많다.
이 작품으로 인해
찾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진 탓에
여기저기 보수공사가 한창이지만
화장실을 찾기도 쉽지 않고,
그마저 오래되고 좁으며 냄새도 많이 난다.
넓은 공원에서 조그만 표지판을 보지 않으면
화장실임을 알 수도 없다.
(물론, 주차장 초입에 화장실 위치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긴 하지만, 처음 오는 사람들이
바로 찾아가기는 어렵다.)
여백의 미를 살리려는 의도인지...
저 흰 건물 벽 상단에
화장실이라는 글자만 있었어도 좋았을 것을..
점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여
더 오래 걷기가 어려워
다음 장소로 이동
다음 장소는
해상 스카이워크
환호공원에서 차로 대략 5분 거리.
지난주 5월 13일 개장을 했다고 하니
정말 따끈따끈한 장소다.
평일이라 주차장도 여유가 있다.
보도 내용에 의하면 전국 최장이라고
하지만 걸어보면 금방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시원한 것이
탁 트인 바다만으로도 먹고 들어간다.
멀리 포스코가 보이는데
공장지대가 인근에 있음에도
바닷물은 너~무 깨끗하다.
무엇보다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해수 풀이다.
다른 지역에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독특하고 차별화된 아이디어다.
영일만의 깨끗한 바닷물에서 수영이라...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아직은 개장 전이지만,
날이 더 더워지면
전국에서 온 아이들로 붐빌 것이 뻔하다.
해상 스카이워크를 벗어나면 해안선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썬크림 듬뿍 바르고, 양산은 필수~!!
너무 잘 조성돼있는데...
여기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산을 깎아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깎여진 경사가 너무 급해 보인다.
낙석이나 산사태에 대한
대비가 돼있진 않은 것 같다.
단순히 낙석주의 안내만으론 90% 부족하다.
설마 이것으로 공사가 끝난 것은 아니겠지?
다가올 장마, 태풍 시즌 주의 필요..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바람이 잦아들어 더 걷기 어렵다.
그늘을 찾아볼 수도 없다...
배도 고프고... 이참에
인터넷으로 근처 맛집을 검색!
포항 하면 당연 "물회"
환여횟집으로 GO! GO!
[북구 해안로 189-1]
해상 스카이워크에서 차로 약 5분 거리
가게에는 주차할 곳이 없으니
미리 주차장을 확인하고 갈 필요가 있다.
가게 앞 길 건너 공영주차장은 무료,
공영주차장 인근 유료주차장도
비싸지는 않다.
(밥 먹고 화장실 들렀다 나오니 700원)
가게 사진 찍는 건 깜빡했다.
배가 고파 정신이 없어서...
일반 물회를 주문
(1인분 16,000원)
주문하자마자
진짜 1~2초 만에 바로
상이 차려진다.
대~~ 박!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회 양념도 적당하고,
함께 나온 매운탕도 좋다.
거제 강성 횟집의 매운탕이
칼칼하고 찐한 맛이라면
여기 매운탕은 부드러우면서 삼삼하니 맛있다.
맛있으니 손님도 많다.
배도 부르고...
커피 생각이 날 시간..
다음 코스로 가서 마시기로 하고
차에 올랐다.
다음 코스는
이가리 닻 전망대
식당에서 이가리 닻 전망대까지는
차로 약 25~30분 거리
꼬불꼬불한 길을 달리기에
속도를 많이 낼 수 없다.
또한 농번기라
도로에 트랙터며 경운기,
자전거를 타고 가시는 어르신들이 곳곳에 있어
무심코 속도를 냈다간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천천히 시속 50km 이내로 달리니
오히려 맘이 편하다.
앞 차도 그렇고,
뒷따르는 차들 어느 누구도
빨리 가라 재촉하지 않는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이리라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
"이가리 닻 전망대"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산 67-3]
해돋이 장소로 유명한 곳이란다.
이름 그대로 닻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주차장이라고는 하지만..
정식 주차장도 아니고,
승용차 10대도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다.
좀... 많이 위험해 보인다.
어쨌든 길 가에 주차를 하고 전망대로 향한다.
높이 설치돼있지만 흔들림이 없다.
바닷물은 애매랄드 빛으로 눈이 부신다.
앞선 두 곳보다 이곳의 바람이
훨씬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
기념촬영을 열심히 한 후
주위를 둘러보니
근처엔 커피숍이란 게 없다.
(솔 숲 속에 자그마한 간이 판매소는 있음)
또다시 폭풍 검색~!
다음 장소는
별점 4.5점
PAGE 38 Cafe
[포항시 북구 청하면 해안로 2064번 길 48 ]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차로 약 5분 거리
해양경찰서와 주차장을 함께 사용
널찍하니 좋다.
입구에 들어서면
큰 곰인형이 손님을 맞이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과 빵 두 개를 들고
2층에 자리를 잡았다.
2층은 노 키즈존이다.
2층엔 좌우측으로 두 개의 홀이 있는데
좌측 홀은 그냥 모던하고 심플하며,
창 밖으로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우측 홀은 상당히 빈티지하면서 아기자기하다.
차를 마시고,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빈 잔을 반납하고 바깥 정원으로 나서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무지개가 떠 있진 않지만
마치 무지개 동산 같고,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편안함을 더해 준다.
사진 찍기 딱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몇 시간을 머물며 사색에 잠겨보니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시간이 오후 4시를 향해간다.
나왔으니 저녁까지 해결하고 가야지.
가는 길목에 언양이 있다.
언양 하면 석쇠불고기를 빼놓을 수가 없지 않나?
곧장 차를 달려 언양으로 향한다.
역시나 맛집 검색으로~
"언양기와불고기집"
[울산 울주군 언양읍 헌양길 86]
주차장은 가게 앞 좁은 골목길로 들어오면
의외로 넓은 주차장이 있다.
(작지만, 인근에 공영주차장도 있다.)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긴다.
조경에도 신경을 많이 쓴듯하고
주인장이 끊임없이 관리를 한 듯하다.
신발을 벗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방이 칸칸이 있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석을 깔고 바닥에 앉도록 돼있다.
석쇠불고기 2인분과 육회 1인분을 주문
(석쇠불고기 1인분 180g, 육회 1인분 200g)
육회가 먼저 나왔다.
개인적으로 육회를 너무 좋아해
웬만한 집의 육회는 다 먹어본 편이라
이 집의 육회도 은근 기대된다.
채를 썬 배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양념된 육회를 얹었다.
일단 고기가 싱싱하고,
양념 또한 과하지 않다.
손질이 덜된듯한 질김이 약간 있긴 하지만
육회를 즐기지 않는 아내도 잘 먹으니
나쁘지 않다.
육회를 다 먹어갈 때쯤 석쇠 불고기가 나왔다.
불고기는 완전히 익혀서 나온다.
과하게 뜨겁지 않은 숯불을 아래에 놓아
따뜻함을 유지시키고
그 위에 포일을 감은 석쇠를 얹어
숯불에 이물질이 떨어져 연기 나는 것을 막고
또 그 위에 석쇠를 놓은 후
불고기가 올려져 있다.
이 가게만의 노하우인 것 같다.
석쇠불고기는 불향이 진하게 난다.
간이 좀 센 듯 하지만 맛있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다.
조금은 이른 저녁이지만
이 식사를 끝으로
당일치기 부부여행코스도 끝
울산 국가정원도 가 볼까 망설였지만
생각보다 올라간 기온 탓도 있고,
또 조금 여유롭게 움직이고자
코스에서 제외했다.
오랜만에 멀리 나오니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차로 2시간 남짓 거리의 포항
결코 먼 곳이 아니었다.
다음엔 더 새로운 곳으로 떠날 것을 기약하며
오늘 하루 여행은 이것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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