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곳이 꽤 많이 있다.
전국적인 붐이랄까?
6.25 전쟁 이후 조성된 주택지들이
그 수명을 다해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을 하고,
각종 재래시장은 종합쇼핑몰이나
창고형 판매몰로 변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트렌드에 편승하지 못한 곳들은
낙후되고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존폐의 기로에 서기 마련이고,
전국적으로 이러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선
다양한 아이디어로 구도심을 살려낸 곳이
한 두 군데씩 생겨났고
전국 지자체에선 그런 곳을 벤치마킹하여
이른바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국, 도, 시비 등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 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예산을 쏟아부어 보지만
어디 하나 성공한 곳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다름 아닌 자발적 노력!
내가 살고 있는 마을 혹은 지역을
새롭게 바꿔보겠다는 그 지역민들의
자발적 노력이 가미되지 않아서다.
조금 홍보가 되고 알려져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
건물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를 올리고, 사람들이 많아져 길이 막히고
주차난이 심해지면 어김없이 민원을 넣고,
자기 집 앞엔 절대 주차금지를 알리는
표지물을 내놓는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또 더 많은 예산을 달라고 손을 벌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 부부가 찾은
창원시 소답동도 꽤 오랫동안 구도심을
유지하고 있던 곳이다.
재래시장이 있고, 심지어 장날이 있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사실 이러한 곳은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다.
젊은이가 찾지 않는 곳이란 것은
점점 죽어가는 도시란 뜻이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
젊은 청년사업가들이 주축으로
다양한 가게들을 오픈했다고 해서 찾아봤다.
각종 매체를 검색해 보면 "소리단길"이라고
꽤 많은 글들이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박말순"이란 가게를 선택하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중동성당을 네비로 찍었다.
전용주차장이 성당 맞은편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이 지역은 정말 좁은 골목은 물론
도로와 인도가 구분돼 있지 않아
위험하기도 하지만
주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곳이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했을 땐
전용주차장에 여분의 공간이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후 얼마지 않아 주변은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박말순 가게는
박말순 할머니의 이름을 딴 가게로
시골스런 느낌의 외양과는 달리
리소토, 스테이크, 와인 등
서구식 음식과 모던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꽤 호감을 얻을 만한 곳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식전빵과 물수건이 나온다.
우리는 샐러드와 전복 리소토
그리고 돈마호크 스테이크를 각각 주문했다.
당연히 음료는 레몬이다.
기름진 음식엔 레몬수가 최고.
요즘 핫하지 않은가?^^
이곳은 캔 음료밖에 없다.
샐러드가 제일 먼저 나왔다.
샐러드는 나이프로 잘라먹어야 한다.
나이프가 별도로 나온다.
보통 가게들에선 샐러드가
잘게 잘려 나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치 통배추 반통 위에 소스를 얹은 모습이다.
독특하며 맛있고, 양이 그리 많지 않아
식전에 먹기 딱이다.
샐러드를 다 먹어 갈 때쯤
전복 리소토가 나왔다.
이것은 그냥 크림? 맛이 가미된 전복죽이다. ㅎ
전복내장을 잘 갈아서 만든
살짝 느끼함이 있지만
기본으로 나오는 무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다.
리소토를 다 먹고 다음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음식은 돈마호크 스테이크.
말 그대로
토마호크살의 돼지 버전이라 보면 된다.
돼지껍질이 붙은 돈마호크 스테이크는
느끼하지 않고 고소함이 묻어나는 것이
일품이었다.
우리 부부가 배부르게 먹기에
부족함이 없는 양이었다.
결제를 하면 영수증 하단에
주차 시 입력해야 할 비밀번호가 인쇄돼 나온다.
주차장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차단기가 열리는 방식이다.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서
근처 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셨다.
"오우가"라는 베이커리 카페인데
이곳도 "박말순"과 같은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것인데
이곳도 꽤 알려졌는지
차를 마시지는 않아도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다양한 빵이 있는데 맛은 소소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카페에서 카모마일티를 주로 마시는데
운영을 잘하는 카페를 가보면
우려진 차를 옮겨 담아 마실 수 있게
별도의 잔을 주는데
이곳은 그런 디테일함이 없는 것을 보면
좀 더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그러나 솔직히
먼 곳에서 구경 와야 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사실 이 지역의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좀 더 색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어린 시절 많이 들었던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동요를 다들 잘 알고 있을 텐데
그 가사를 보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에서
"꽃 대궐"이 바로
작사가 이원수선생이 사셨던 동네로
그곳이 바로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이다.
이런 내용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청년사업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그리고 지역민들의 상생의지가 모아진다면
이곳 "소리단길"이 '짧게 끝나는 핫플이 아닌
오래가는 핫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어쨌든 우리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되길 바라고
더~~ 번창하고 활성화돼서
전국에 알려지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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